"워런 버핏이 없었다면 찰리 멍거는 유명해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버핏이 지금의 버핏이 될 수 있었던 건 찰리 멍거 덕분이다." 투자계에서 워런 버핏의 이름은 누구나 알지만, 그 곁에 50년 이상 함께한 찰리 멍거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찰리 멍거야말로 단순한 부회장이 아닌, 버크셔 해서웨이의 철학과 전략을 함께 구축한 조용한 스승이자 전략가였습니다. 그는 수익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한 투자자였고, 생의 마지막까지도 날카로운 지성과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투자계의 전설 워런 버핏의 영원한 동반자 찰리 멍거, 오늘은 한 세기를 관통한 그의 지혜와 철학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출생과 어린시절
찰리 멍거는 1924년 1월 1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전체 이름은 찰스 토머스 멍거(Charles Thomas Munger)였으며,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 알프레드 멍거는 변호사였고, 어머니 플로렌스는 지적이고 교육열이 강한 가정주부였습니다. 어린 시절 멍거는 워런 버핏과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청소년기에는 버핏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함과 경제 개념을 배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미 육군 항공대에 입대했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에서 기상학을 공부하면서 분석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그의 투자 철학과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주요 업적과 성과
1. 버크셔 해서웨이의 동반자
찰리 멍거는 1978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워런 버핏과 함께 회사를 세계 최대의 투자 지주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초기 버핏은 '싼 주식'을 찾는 벤저민 그레이엄식 투자에 집중했지만, 멍거는 “훌륭한 회사를 적정한 가격에 사라”는 철학을 전파하며 장기 투자로의 전환을 유도했습니다.
2. Wheeler, Munger & Co.의 성공
찰리 멍거는 1962년부터 1975년까지 운영한 투자회사 Wheeler, Munger & Co.에서 연평균 2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이 시기 그의 투자 원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치 투자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가난한 찰리의 연감과 지적 유산
그의 연설과 철학이 담긴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은 투자자뿐 아니라 인생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입니다. 심리학, 경제학, 수학, 철학을 아우르는 그의 지혜는 ‘멀티모달 사고’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힙니다.
노년시절과 사망
찰리 멍거는 90대 후반에도 버크셔 주주총회와 데일리 저널(Daily Journal Corp.) 회의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여전히 날카로운 통찰과 유머를 유지했으며, 많은 젊은 투자자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노년기에는 특히 교육과 건축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미국 여러 대학교에 수천만 달러를 기부했고, 창의적인 설계 철학을 적용한 ‘멍거 홀(Munger Hall)’ 프로젝트도 추진했습니다.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그 진심은 인정받았습니다. 2023년 11월 28일, 찰리 멍거는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의 병원에서 향년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100세 생일을 단 한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사망 당시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망 원인은 없으며, 그의 죽음은 "평화롭게" 이루어졌다고만 전해졌습니다. 워런 버핏은 그를 “버크셔의 정신적 지주”라 부르며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후대의 평가
1. 투자 철학의 진화
그는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하는 투자 철학을 정립했습니다. “올바른 삶이 가장 현명한 투자다”라는 그의 말은 수많은 이들에게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2. 지성의 표본
심리적 편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그의 태도는 “지식의 구조 위에 지혜를 짓는 법”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습니다.
3. 도덕적 리더십
탐욕보다 절제, 단기 수익보다 장기 가치를 강조한 멍거는 “겸손한 천재”, “투자의 철학자”로 불리며 후대 리더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4. 지속적인 영감
그가 남긴 말들과 생각은 지금도 책, 영상, 강연 등을 통해 회자되며 새로운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인생에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힙니다.
찰리 멍거는 우리에게 거대한 투자 수익보다 바르게 사고하는 법, 평생 배움의 자세, 절제와 겸손의 가치를 남겨주었습니다. 그는 성공이란 숫자나 명성보다, 어떠한 원칙으로 인생을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인물입니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나를 더 현명하게 만든 건 내 실수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실수들을 한 번만 했다." 이 말은 곧,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움을 중시한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적인 삶'의 기준에 질문을 던지는 멍거의 태도는 앞으로도 삶과 경제, 교육, 철학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